10월 21일 목요일
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 -> 아스토르가 (Astorga) 24km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한다. 6시 5분. 어제 8시 조금 넘어서 잤으니 거의 열시간 쯤 잤나. 나와 같은 2층 침대 밑에 칸을 쓰는 외국인이 신음에 코골고 침대는 수시로 삐끄덕 거리고 하는데도 깨지 않고 어떻게 잠을 잔 걸 보면 내가 많이 피곤하긴 했나보다.
침낭속에서 뭉그적거리며 추위와 싸우다 결국 추워서 조용히 일어나 랜턴 불빛에 의존해 짐을 꾸리고 있으려니 카토 할아버지가 일어나 불을 켜신다. 다른 사람들 다 깨우게 되는데, 일본분이 남을 배려하지 않고 이런 행동을 한다는게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일행을 빼고는 전부 카토 할아버지 동행이었다. 뭐, 덕분에 조심하면 짐 쌀 필요 없으니 나야 좋긴 하다.
아침부터 찬 우유에, 더구나 연유인데, 콘프레이크를 먹으면 탈이 날것 같아 거금 25센트로 우유를 데운다. 뜨거운 우유에 먹으니 추위는 가시는데, 콘프레이크가 너무나 빨리 펴져 완전 죽처럼 변해버렸다. 곡물 죽을 먹는 느낌이랄까, 원래 맛없는 거였지만, 먹는게 고역이 되버린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배를 채워야지 안 그랬다가는 쌀쌀한 밖의 날씨와 싸우며 걸어가기 힘들 것 같아 억지로 먹는다.
레온에서 산 두건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나오니 새벽 추위가 견딜만 하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아침일찍 출발한다. 오늘도 용만이가 이어폰을 꽂고 질주를 시작하는데 뭔지 모르게 불안하다. 마을 외곽으로 나갈 때 건너편에 산티아고 길 표지가 있는데 용만이는 도로를 따라 쭉 가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자 아버님이 100m는 족히 달려가서 데리고 오신다. 아들이나 아버님이나 배낭 메고 달리는데 일가견이 있다. 대단한 부자들이다.
“넌 표지 좀 보고 다녀라. 이어폰 좀 빼”
내 구박에 용만이는 저 멀리 보이는 다른 표지를 가리킨다. 저쪽에 보이는 것도 산티아고 길을 의미하는 가리비 조개 표시인데, 왜 표시가 2개인거지. 설마 다시 만나는 건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회해서 다시 도로 옆길로 만난다. 그래도 앞에 표지를 보고 따라가야 안전하게 길 잃지 않고 가지 않겠는가.
마을을 벗어나니 오늘도 역시나 도로를 따라 거의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이 하염없이 이어진다. 이런 길이 다음 마을까지 거의 8km나 계속된다. 도중에 해가 떠오르지만 밭의 농장물에 가려 깨끗한 지평선은 안보이고 사진으로 찍어봐야 제대로 된 감흥이 안날것 같아 눈으로만 감상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넷째발가락에서 짜릿짜릿한 고통이 느껴진다. 오늘도 누가 날 저주하나. 너무 뒤처지지 않으려고 아버님 뒤를 따라서 걷는다.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마을로 들어가는 보수중인 긴 돌다리를 건너는데 용만이가 되돌아온다. 레온에서 산 UV 필터 때문에 카메라 탭이 빠진걸 눈치채지 못했다며 탭을 찾아 마을 입구까지만 되돌아가 보겠다고 한다. bar에서 기다리겠다고 걸어가는데 bar들이 전부 카미노 길에서 벗어난 곳에 있다. 결국 걷다보니 마을 밖 갈림길까지 와버렸다. bar를 찾아 되돌아가기도 뭐해서 그냥 벤치에 앉아 기다린다. 어차피 용만이도 bar 찾다가 여기까지 올테니까.
갈림길을 살펴보니 곧장 앞으로 뻗은 길은 아스토르가까지 바로 질러가는 15km 길이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을 몇 개를 거쳐서 아스토르가까지 16km가 걸린다. 어차피 점심도 먹고 쉬기 위해서는 bar에 들어가야 하니 1km 더 가더라도 마을들을 거쳐 가기로 한다. 용만이는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왔고 2km 정도 더 가서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Villares de Orbigo) 마을에서 쉬어간다.
다음 마을 산티바네스(Santibaňez de Valdeiglesias) 이후부터는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길이 펼쳐진다. 중간에 쉴곳이 없어 아스토르가까지 11km를 계속 가야 한다. 아침부터 앞에 보이는 산맥을 향해 걸어왔는데 이제 슬슬 지대가 조금씩 높아지는것 같다. 아마 내일 폰세바돈은 저 산맥 어디쯤이겠지. 간만에 높은 곳에서 경치 구경을 하니 산티바네스 마을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 평지길도 안녕이구나.
아스토르가까지 한 5km 정도 남았을 구릉 지대 한복판에 폐허가 된 건물이 하나 있고 그 앞에 가판이 놓여 있다. 뭔가 하고 가보니 기부금을 내고 먹고 싶은데로 먹는 곳이다. 그냥 지나칠려고 했는데 앉아 있던 꽁지머리를 한 청년이 온갖 나라 말로 인사를 한다. 그 가운데 ‘안녕하세요’ 정확한 한국어 발음에 놀라 발을 멈춰버렸다. 히피 같은 남녀2쌍. 스스로 ‘파라다이스 템플’이라 부르는 그곳은 폐허에 쇼파 하나만 달랑 있을 뿐이다. 모든 걸 버리고 저렇게 사는 거.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다. 그럴 용기가 없으니까. 내가 하지 못하는것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내심 많이 부러웠다. 앨빈도 그렇지만 이사람들도 참 자유로운 영혼들 같아서 기부금을 넣고 떠난다. 어차피 저들도 영원히 여기 있지는 못하겠지만 이 시간을 조금 더 즐기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며.
용만이는 어디까지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언덕에서 내리막 길이 펼쳐질때 멀리 보이는 큰 도시. 저기가 아스토르가일까? 눈으로는 2~3km 정도 떨어졌을까 했는데,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빙빙 돌아서 5km 확실하게 걷게 해 주신다. 그래도 2시 쯤에는 아스토르가에 도착한다.
목표로 한 알베르게에 가 보니 용만이가 이미 자리를 맡아 놨다. 이미 침대 위치를 확인하는 용지에 이름까지 다 적혀 있다.
“ 화밀리아 트레스(familia tres 가족 3명) 그랬더니, 아예 펜을 주면서 이름을 적으라고 하던데요”
용만이는 이미 4인실 방에서 짐을 풀고 느긋하게 쉬고 있다. 용만이가 수속 절차를 다 해놨기에 아버님과 나는 숙박료만 지불하고 스탬프만 찍으면 됐다. 150명 수용 가능한 알베르게라더니 시설이 좋다. 6인실 또는 4인실로 구성되어 있고 남녀 따로 방을 배정해 준다. 마을 꼭대기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창문으로 보이는 전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저쪽 팀은 어디까지 왔을려나?”
“아까 오던 중간에 히피들 보셨죠? 그들에게 한국인 6명 지나가지 않았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지나간것 같다고 하던데요”
그들 말이 맞다면 아스토르가에 이미 도착했어야 하는데, 여기 알베르게에 없으면 다른 곳에서 묵고 있나. 아니면 더 가버렸을까?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오늘 우리가 더 적은 거리를 걸어오는데, 더구나 아침일찍 출발해서 별로 쉬지도 않았는데, 우리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말이 안되는데...
“그들이 잘못 본거 아냐?”
“모르죠. 여성 5명에 남자 한명이라고는 안했으니까 다른 팀일수도 있고요”
“기다려보면 알겠지. 뭐 안오면 어쩔수 없고”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면 만날것이고, 아니라면 뭐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용만이는 그게 아닌가 보다.
“안오면 안되는데”
“왜?”
“이제는 밥하기 싫다고요”
누가 언제 너보고 꼭 밥하라고 했냐. 지가 좋아서 해놓고는. 밥이야 내가 해도 되는 거고, 그런 이유로 꼭 여성들이 있어야 하는건 아니잖아. 말로는 밥하기 싫다고 하지만, 그동안 든 정이 많으니 내심으로는 그리운 거겠지.
세탁을 맡기고 쉬고 있는데 용만이가 들어온다.
“형. 저번에 레온에서 만났던 아주머니 기억나요? 어제 우리 일행하고 저쪽으로 같이 가셨던 분이요”
레온에서 내게 시계 고쳐달라고 하셨던 분. 그리고 어제 갈림길 전에 만나 다른 일행들과 동행하신 분. 당연히 기억난다.
“그 분이 방금 오셨거든요. 그분한테 일행들 소식을 물어봤더니 조금 뒤에 오고 있다면서 ‘제가 조금 빨라요’ 그러시던데요.”
그분이 빨라? 너무나 천천히 걸어서 레온까지 온것도 신기해 보였던 분인데. 더구나 그 잘걷는 구라 세자매가 뒤쳐졌다.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중간쯤에서 버스타고 먼저 오셨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아직 한참 걸어오고 있다는 말인데, 밥하기 싫다고 노래하던 용만이 뜻대로 다시 다 만나게 되겠구나.
그래도 4시면 도착할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4시 반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를 앞질러 갔을 가능성은 없으니, 전 마을에서 멈춘것일까? 그러면 오늘 19km 정도 걷는건데. 설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화누님과 어머니는 그렇게 조금 걸었다가는 일정에 문제가 생길텐데. 5시까지만 기다려보고 안오면 그냥 우리끼리 저녁 해먹기로 용만이와 합의보고 밖으로 나간다. 씨에스타 시간도 슬슬 끝나가니까 슈퍼 위치도 확인할 겸 마을을 돌아봐야 하는데, 발길은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가 내다보이는 성당 옆 담장으로 향한다.
이렇게 내다본다고 안 올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여기 서있는지... 내심 기다리고 있는건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내려다보지만 일행과 비슷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몇몇 사람이 점으로 보이는데 옷 색깔이나 배낭 색깔이 눈에 익은게 아니다.
“형. 저기 현정누나 같지 않아요?”
아까 점으로 보이던 사람들이 좀더 다가와 이제는 형체가 조금 보인다. 걸음걸이는 비슷해 보이는데, 배낭색깔이 다르다. 조금 더 오니 이제야 확신이 선다. 체형이나 걸음걸이나 확실히 구라 세자매가 맞다. 무사히 오고 있는걸 보니 안심이 되면서 반갑다. 가장 앞서 오는 보아는 배낭에 면티를 매달아놔서 멀리서볼때 색깔이 달라보였고, 지영이는 보자기로 머리를 감싸고 있어서 모자를 쓴줄 착각한 거였다. 보자기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니 아가씨가 아줌마 포스를 팍팍 풍겨주신다. 그런데 지영이가 가장 늦게 걸어오네, 웬일이지. 용만이가 놀려주겠다고 달려내려가더니 한다는 짓이 안아주는거다.
“흙먼지 뒤집어쓰고 피곤에 쩔어 있는데 놀릴수가 있어야죠”
에라, 이놈아 핑계는. 그래도, 확실히 다들 많이 지쳐있다. 그나마 보아가 씩씩하게 걸어올라오고, 현정누나는 언제나처럼 ‘날 버리면 안돼’라고 외칠것 같은 얼굴이다. 지영이는 땅을 보며 올라오는데 산티아고 길 초반의 소화누님이 생각날 정도로 힘이 없어 보인다. 용만이는 너무나 반가워하는데, 난 겉으로 별로 내색을 안한다. 속으로야 많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들킬까봐 조심스럽다.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아버렸다. 나도 모르게 끌리고 있었구나. 마음을 비울려고 온 길에서 도리어 채우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 언제부터인지, 왜 그렇게 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일행들이 다 도착하고 정리를 하다보니 시간은 6시를 훌쩍 넘어버렸다. 재료 사다가 해먹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나가서 사먹기로 한다. 여기 명물이 cocina 뭐라던데 그걸 먹어야 한다나. 9가지 고기가 들어간 무슨 요리라던데, 9가지 고기하는 순간 느낌이 딱왔다. 닭이 포함되어 있겠구나. 나하고는 안맞는 요리네.
주광장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약국에서 빈대잡는 약을 산다. 배드벅이라고 얘기해봐야 알아듣지 못하고 빈대가 스페인어로 뭔지도 잘 몰라 몸짓발짓으로 한참을 보낸후에야 약을 살수 있었다. 스프레이가 아니라 병에 든걸 그냥 조금씩 묻히면 된다는데, 효과가 괜찮을려나. 배드벅에게 잔뜩 뜨긴 보아와 현정누나, 소화누님은 다들 한 개씩 구입한다. 이제는 노이로제에 걸릴지경이라나.
슈퍼마켓에 들러 장까지 보다보니 시간은 7시를 넘겨버렸다. 배에서는 밥달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먹겠다는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을 찾아줬더니 bar 겸용으로 테이블이 좁다보니 다같이 앉을수 없다고 나와버린다. 이 사람들 따라다니다가는 아사하겠다. 닭 때문에 어쩌면 먹지도 못할 요리 가격이 20유로 가까이 되는것도 마음에 안들지만, 배가 고파서 날카로와지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는데, 누구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싫어, 라면이나 끓여먹고 말겠다니까 민호가 바로 따라붙는다.
민호가 따라올 때 아차 싶었다. 하루에 20유로 밑으로 쓰겠다는 애를 데리고 20유로 가까이 되는 저녁을 먹겠다고 돌아다녔으니, 민호 생각을 너무 안했구나 싶어 미안해진다. 사람이 그렇다.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도 그럴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내가 좋으면 남들도 좋을거라 착각하고 제대로 남의 입장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자꾸 생각이 딴데 가있으니 주변에 제대로 신경도 못쓰고 내가 요즘 왜 이러나 싶다.
알베르게에 도착해 식당에 내려가보니 의외로 요리를 해먹는 사람이 적다. 주방시설이 정말 잘되어 있어서 저녁시간에 무척 붐빌거라 생각하고 외식하러 나갔던건데 완전 예상밖이다. 레온에서 만났던 다른 한국 사람들이 밥을 해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한 사람들인데, 우리가 레온에 하루 늦춰서 들어가다보니 레온부터 일정이 겹쳐버렸다.
그 분들이 남긴 밥을 싹 다 긁어모아 라면국물에 말아서 먹어 치운다. 너무 잘 먹으니 한 외국분이 자신이 먹다 남긴 밥도 먹겠느냐며 준다. 배고픈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밖에서 먹는 정식보다 이게 훨 좋은데요.”
간만에 먹는 라면에 민호는 신나한다. 얼큰한 한국의 맛을 정말 오랜만에 봤으니 밖에서 사먹는 어설픈 요리에 비할바가 아니다. 여기 전기렌즈는 화력이 정말 좋아 라면이 제대로 끓여졌다. 비상식으로 가져온 마지막 라면인데, 제 맛을 내서 먹을 수 있어 기쁘다.
용만이가 오면 한잔하러갈까 생각했는데 이외로 민호가 한잔하고 싶다고 한다. 얘가 웬일이람. 너무 늦으면 알베르게 문 닫는 시간 때문에 안될것 같아서 민호와 둘이 아까 주광장에서 본 bar를 찾아 간다. 카냐(생맥주) 거품도 아주 부드럽고, 공짜 타파스로 하몽이 올라간 바케트 한조각을 주는데 하몽맛도 그런대로 괜찮다.
“담배를 끊고 나니 군것질 생각만 나요”
한국에서 가져온 담배를 다 피우면 금연할거라고 하더니, 레온 이후부터 담배를 안피우고 있다. 나야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으니 금연할 때 금단증세가 어느 정돈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친구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군대간 남자친구 기다리는 여자와, 담배 끊는 놈하고는 상종을 말라고. 독한것들이라나. 독하지 못하면 못끊는게 담배라던데, 민호가 잘 버텨서 금연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금단증세 때문에 맥주 생각이 났던 걸까. 맨날 짐승이라고 농을 걸면서 정작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 같다. 저 나이에 해외 여행을 나왔는데 당연히 돈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을, 모든게 낯설고 한국 생각도 많이 나고 그럴텐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한다고, 나도 다 격어봤으면서 민호에게 너무 무심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보니 다른 일행들도 다 돌아와 쉬고 있다.
“혹시 파란색 커버가 있는 수저 주머니 주인 있어요?”
지영이가 들어와 묻는다. 파란색 수저 주머니면 내건데, 내가 아까 라면먹고 챙기지 않았었나. 이런...설거지를 하면서 옆에다 놔두고 그냥 올라왔다. 내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지. 진짜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다. 하나씩 흘리고 다니고. 내 정신부터 제대로 수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