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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양이

*고니* 2006. 9. 15. 10:37

아주 오랜 옛날의 이야기다.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에겐 두 아들과 귀여운 손자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고양이를 제일로 사랑했다.

어느 날이었다.

 

절에 다녀 오는 길에 할머니는 길 잃은 빨간 고양이를 주웠다.

또 다른 고양이를 기르게 된 할머니는 무척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양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던 것이었다.

빨간 고양이가 사라지고 나자 할머니의 두 눈에 이상이 생겼다.

할머니는 빛을 무척 싫어하더니 마침내 하루 종일 어두운 방에서 지내기에 이르렀다.

"어머니, 병원에 가시죠."

아들이 수차 권했지만 할머니는 거절했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어느 날 처녀 하인 두 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 명이 사라지고 난 며칠 뒤에 곧바로 또 한 명의 하녀가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하인 하나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땅을 일구다 보니 곡괭이에 이상한 것이 걸렸다.

"이게 뭐지?"

곡괭이 끝에 피 묻은 옷자락이 걸려 나왔다.

자세히 보니 사라진 처녀 하인들의 옷이 틀림없었다.

더 깊이 땅 속을 파내려 갔더니 그곳엔 그들의 뼈가 묻혀 있었다.

두려움에 떨며 하인은 주인에게 이 해괴한 일을 고하리라 생각했다.

집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는데 웬 그림자가 앞을 딱 가로 막았다.

주인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하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릉. 내 아들에게 말하면 너도 잡아 먹고 말겠다."
두 눈이 지글지글 불타고 있었다.

할머니는 눈깜짝할 새에 하인이 가지고 있던 피 묻은 옷자락을 낚아채갔다.

하인은 너무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더 이상 그 집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결국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그 집을 떠났다.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점점 할머니를 이상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분명 고양이 악령이 쓰인 거야."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할머니를 본 사람들은 할머니의 모습과 행동이 그전과 너무나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우연히 이웃 사람이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할머니가 정원에 있는 대문을 가볍게 폴짝 뛰어넘더니 시냇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웃 사람이 살금살금 뒤를 밟았다.

물가에 도착하자 할머니는 엎드려 피 묻은 입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이웃 사람이 할머니의 팔을 와락 움켜 잡았다.

할머니는 무섭게 노려 보더니 무서운 힘으로 팔을 뿌리쳤다.

마치 고양이처럼 공중으로 거꾸로 한 바퀴 돌아 정원으로 이내 사라져 버렸다.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던 이웃 사람은 할머니의 아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아들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래, 정말 이상한 일이야.

내가 생각해도 예전의 우리 어머니가 아니야.

무언가 이상한 점이 많았어.

불빛도 싫어하고 나를 똑바로 쳐다 보시지도 않고. '

'네코마타'라는 고양이 유령이 어머니를 죽이고

대신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일본에서는 개들만이 '네코마타'를 알아차리고 또 물리칠 수 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아들은 이웃의 개들을 여러 마리 빌려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개들은 곧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며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온 몸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자 할머니는 본래의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할머니가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던 빨간 고양이었다.

자기를 그토록 사랑해 주었던 할머니를 죽이고 잡아 먹고는

그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잡아 먹으려고 했던 빨간 고양이 유령.

일본 사람들은 그때부터 빨간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

 

그 고양이는 바로

'네코마타'라는 악마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