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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순 여사의 독립선언

*고니* 2006. 7. 26. 11:31
 

김점순 여사의 독립선언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6시야.

나이 쉰에는 밤마다 잠이 안와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환갑이 넘었는데도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

낮에 이 몸이 엄청 바쁘거든.

많이 움직이고 많이 떠들고 머리를 써서 그런지 밤만 되면 아이고

그냥 잠이 쏟아져.

일어나면 우선 집에 있는 영감 밥을 올려놔.

영감 이라고 집구석에 들어앉아서 도통 나가지를 않거든.

밉상이라도 밥은 대충 차려줘야지.

곰국이 딱이야.

한번 끊여놓으면 영감이 알아서 일주일을 차려먹거든.


세수하고 머리 구르프 말아놓은 다음엔 화장해야지.

나이 마흔 때도 밀크로션만 바르거나 아예 안 했어.

근데 지금은 더 신경쓰여.

칠순 되면 어떤 남자가 날 봐주겠어?

나 이제 마지막이라고, 내 나이 예순다섯, 내 인생에 찾아온 마지막 봄이란 말이야.


볕 환하게 들어오는 베란다 가서 거울 놓고보면 더 잘 보여서,

요즘엔 베란다 나가서 화장한다니까.

그리고 옷 차려입어야지.

나는 옥색이나 은은한 분홍색이 잘 받아.

지난주에도 백화점 가서 옷 사느라3시간을 헤멨어.


7시30분에 집에서 나가. 8시에 노인복지관 쎠틀버스가 오거든.

좀 일찍나가 산책하다가 버스를 타지.

복지관에 가면 9시부터 컴퓨터 수업이야.

배운 지 1년 됐는데, 이제는 메일 보내고 카페 만들고 그런 건 할 줄 알겠더라구.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는지 몰라. 11시엔 재즈댄스 강좌야.

2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무릎이 안 좋아서 반년 쉬었어.

근데 그게 안 하니까 좀이 쑤셔, 팔다리가 아파도 하는 게 훨씬 낫더라구.

“쿵짝쿵짝” 음악을 들으면서 춤 한번 추면 땀이 쫙 빠진다니까.


점심은 친구들이랑 지하철 타고 나가서 먹어, 나이 들어도 절대 안 변하는 게 하나 있어.

뭔지 알아? 입맛이야. 나이 들면 맛있는 것만 챙기게 된다니까.

오늘은 순두부 잘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번 가봤어. 점심 먹으면서 박 여사 얘기를 좀 했어.

박 여사가 혼자 된 지 오래됐거든, 요즘 복지관에서 최 선생이랑 잘돼가냐고 물었더니,

글쎄 촐싹대는 김 여사가 둘사이를 방해한다네. 기가막혀.

------ 이하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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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예순다섯, 이제 내 맘대로 살 때도 됐지.

오히려 요즈음 젊은 아이들처럼 진작에 남편과 자식에게서 독립선언을 했어야 하는데 후회가 돼.

늘그막에 무슨 바람이냐고?

난 그냥늦게나마 나 “김-점-순”을 찾은 것뿐인데?


ㅎㅎㅎ 이상은 모 주간지 기사를 발췌하여 보았다네....

울 방 여 멍들도 16년 후 이 할머니보다 더욱 멋진 생을 살아 가겠지...

에고 그러고 보니 울 남 멍들 앞날이 왜 이리 답답하다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이려나...?

남 멍들아 앞날 대비 철저히 하여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치 않 토록 철저히 하자구나...

수잔 친구가 울 방친구들 환갑 찬치 초대 할 때 내가 함 확인작업 들어 갈 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