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대 소설을 꼽는다면,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가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 '소호강호'가 있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무협지'도 엄청나게 많고, 소설들을 보면, 그 내용상 과장성 또한 엄청나다.
예전에 가끔 무협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과장성에 웃음짓곤 했다.
초한지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준 사람은 항우도 유방도 아닌 '한신'이라는 장군이었다.
장군이라 함은 부리부리한 눈매에
여러 장수를 상대해도 이길 것 같은 맷집과 등치가 기본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이다.
한신에게는 그런 고정관념과 상반되는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늘 칼을 차고 다녔지만 (항우 아래에 있을 때..)
동네 부랑배들이 그를 우습게 알고 시장터에서
"그 차고 있는 칼로 내 목을 베어 보던가 그렇지 않으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서 가라~!"
고 했을 때 자존심을 버리고 웃으면서 기어간 사람이다.
한신은
항우보다 싸움을 잘 하지 못 했고, 다만 지략이 뛰어난 장수였을 것이다.
항우와 유방이
크게 초와 한으로 나눠서 자웅을 겨루고 있을 당시, 처음에 한신은 항우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항우에게 자리를 달라고 청을 했으나
변방 포졸 수준의 한직을 주었고, 현재 변혁해야 할 정치 사항을 투고했다가 죽을 위기까지 맞곤했다.
그만큼 한신은
항우가 판단해 볼 때, 별 볼일없는 장수로 보였나 보다.
한신의 인물됨을 알아 본 주변에서
아무리 간청을 하고, 주장했지만, 끝끝내 항우는 한신을 알아 보지 못 했다.
흥미로운 점은 유방도 마찬가지 였다는 점이다.
유방의 책사로서 재갈공명보다 더 뛰어난 장량(장자방)이
한신을 회유하여 추천서를 써 주면서 '유방'에게 보내고(다른 일 때문에) 떠난다.
추천서를 들고 유방에게 가지만
바로 추천서를 보이지 않고, 우선 실력과 외모로 어느 정도는 발휘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
당시 장량을 대신해서 책사로는 '소하'라는 위인이
한신을 알아 보고 유방에게 벼슬을 청하지만, 고작 창고지기를 주었을 뿐이다.
창고지기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소하가 청했더니 아마 잘 해야 지방 군수 자리 정도를 주었을 것이다.
또 얼마 뒤에
소하가 대원수(지금에 병무청장, 국방부 장관) 자리를 청했을 때 유방은 짜증을 냈다.
결국 소하가 궁정에도 나가지 않고 투쟁을 했고
더불어서 추천서를 보여 주었을 때에서야 유방은 한신을 알아 보고 대원수 자리를 허락한다.
결국 한신의 전성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한신은 자신을 뒤늦게나마 알아 준 '유방'에 대해서 충성으로 보답한다.
하지만
사냥개나 잡아 놓은 산 짐승들이 많아 지다보니, 그중에 짐승 하나를 먹으려고 마음을 먹게 된다.
제나라(지금의 산동성 자리..)를 한신이 쳐서 이긴 다음에 한신은 제나라에
'왕 자리'를 달라고 부탁을 했고, 유방은 괴씸하지만, 자신이 계속 써 먹어야 했기에 허락을 한다.
한신 아래에는 책사로서 '괴철(=문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방의 성품이 "괴로움은 함께 나눌 지언정, 즐거움은 함께 나누지 못함"을
진즉에 인지하고, 한신에게 유방을 버리고 제나라를 기반으로 하여 독립하라고 2차례나 간청한다.
만일 유방과 더불어서 초(항우)를 치지 않고, 대립하게 해 놓은 상태에서
계속 준비를 할 경우에는 유방과 항우가 싸운 뒤 세력이 약한 놈을 집어 삼키면
황제 자리라도 넘 볼수 있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었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신은
두 차례나 큰 기회(때)를 묵살하고 유방을 돕는다.
그리고
항우를 쳐서 물리친 다음에는 없애야 할 상대로 '한신'에게 칼을 겨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다음에
한신을 제나라로 돌려 보내지 않고, 가까운 초나라에 묶어 버린다.
그리고
반란하려는 마음을 품은 한신이 여후(황후)에게 들켜서 결국 삼족이 멸족되고 말았다.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가 중국 전체를 통일시키면서 고난을 함께 한 사람들 대부분은 유방에 의해서 토사구팽 당했다.
하지만, 장량은 예외였다.
유방을 알았기에 그는 모든 지위를 버리고 시골로 들어간 것이다.
한신은 죽으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사람이 크기 위해서 세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제일 먼저 '나'를 먼저 알아야 하고 ,그리고 '남'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때"를 알아야 한다. 나는 '때'를 알지 못 해서 실패하고 말았다.>
한신은 두 차례나
유방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항우를 없애는데 1등공신이었다.
가장 큰 공을 세운 한신에게 적절한 대접을 해 주지 않고,
혼자서 사냥한 모든 고기를 먹으려 했던 유방 역시 인간적으로 본 받을 구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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